KOREAN RAINBOW UNITED
작은 목소리가 더 멀리 닿은 여름
올봄과 여름, KRU 벗들의 소식
A LETTER TO OUR COMMUNITY
무지개 길벗 여러분께, 올봄과 여름, KRU 벗들이 함께한 소식을 전합니다. 육우당의 시를 번역해 나누고, 여성 사역을 기리는 행사에 참여했습니다. 온라인으로 만나던 동료들과는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고, 각자의 지역에서 Pride와 PIE Day를 함께했습니다. 이번 여름호에는 그 시간의 사진과, 그곳에 함께했던 벗들이 직접 보내온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With love, KRUOUR STORIES
육우당을 기억하며
한 편의 시가 국경과 언어를 건너온 길 올해도 우리는 성소수자 인권운동가이자 시조 시인이었던 육우당의 글과 삶을 기억했습니다. KRU가 번역한 육우당의 시 The Song of the Paradise는 캐나다연합교회의 2026 National Affirming/PIE Day 공식 예배 자료에 실렸습니다. (English translation / Ha Na Park) 자료에는 육우당의 삶과 KRU의 번역 작업도 함께 소개되어 있습니다. 육우당의 시를 번역하는 일은 한 사람을 기억하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그의 글이 다른 언어를 통해 새로운 독자를 만나고, 그 안에 담긴 질문과 감정, 그리고 성소수자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오늘의 우리에게도 계속 말을 걸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26 PIE Day 공식 예배 자료

OUR STORIES
여성 사역의 유산과 오늘의 퀴어 목소리
Celebrating Women in Ministry: In Honour of Dr. Marion Pope 지난 5월 26일, 토론토 Emmanuel College에서 Celebrating Women in Ministry: In Honour of Dr. Marion Pope 행사가 열렸습니다. 고(故) 마리온 포프(Marion Pope, 방매륜) 선교사의 삶을 기리고, 그 유산이 오늘의 여성 목회와 리더십 속에서 어떻게 이어지는지 돌아보는 자리였습니다. 캐나다연합교회의 다이아코널 목회자이자 간호사였던 포프 선교사는 1957년부터 1993년까지 36년 동안 한국에서 간호와 교육, 음악과 찬송가 번역, 사회정의와 세계교회 연대에 헌신했습니다. 박혜림 벗과 이은경 벗도 패널에 참여해 KRU의 활동과 퀴어 긍정 사역의 경험을 나누었습니다. 마리온 포프의 삶과 사역 행사 기록

REFLECTION
여전히 열매 맺는 씨앗
포럼에서 가장 깊이 남은 이야기는 군사독재 시절 광주에서의 포프 선교사님의 활동이었습니다. 도시가 봉쇄되고 시민들이 죽어가던 상황에서 부상당한 이들을 돌보고 당시의 목소리와 상황을 기록한 것은, 생명을 보호하고 진실을 남기기 위한 신앙의 실천이었습니다. 간호사로서 생명을 돌보고, 교육자로서 사람을 길러내며, 음악과 번역으로 언어와 문화를 연결했던 선교사님의 삶은 제게 깊은 도전과 영감을 주었습니다. 이번 포럼을 통해 그분의 사역이 수십 년 전 끝난 것이 아니라, 그때 한국에 심었던 생명과 정의, 연대의 씨앗이 오늘날 캐나다의 한국인 목회자와 이민자, 신앙공동체를 통해 계속 열매 맺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은경 벗과 함께 패널에 참여해 KRU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많은 한인 성소수자 이민자들은 자유와 안전을 찾아 한국을 떠나지만, 이민 후에도 자신을 지키기 위해 한인 공동체와 교회, 때로는 익숙한 언어와 문화에서까지 멀어지곤 합니다. KRU는 이러한 디아스포라의 현실 속에서 공동체를 연결하고 교육과 옹호, 번역을 통해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KRU는 작은 씨앗으로 시작했고, 지금도 크지 않은 공동체입니다. 그러나 그 씨앗은 조금씩 열매를 맺고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가며, 누군가에게 다시 살아갈 힘이 되는 생명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저는 KRU 역시 마리온 포프 선교사님이 오래전 한국에 심었던 씨앗에서 자라난 열매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포럼은 KRU의 이야기를 더 넓은 교회와 나누는 자리인 동시에, 우리가 앞선 이들의 용기와 사랑에 이어져 있음을 발견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제 우리도 감사와 용기를 품고, 앞으로 올 이들을 위한 새로운 씨앗을 계속 심어가고자 합니다.
REFLECTION
연대의 유산을 이어받으며
방매륜 선교사님은 2025년 7월 5일 토론토에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임마누엘에서 열린 이 행사는 장례식 대신 가족과 친구들이 모여 여성 사역자들의 활동을 기념하는 자리로 마련해 달라는 선교사님의 유언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KRU는 이 행사에 패널로 초대받았습니다. 행사를 주관한 분들에 따르면, 방매륜 선교사님은 부정의로 인해 소외되고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과 함께했던 분이셨습니다. 또한 선교사님께서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고 계셨다면 분명 성소수자들의 권익과 존엄을 위해서도 일하셨을 것이라고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이것이 KRU가 이 행사에 초대된 이유였습니다. 박혜림 벗과 저는 다이아코널 사역과 여성 목회, 특히 성소수자를 위한 KRU의 역할에 초점을 두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 패널을 준비하면서, 여전히 성소수자들이 여러 형태의 차별을 겪고 있는 현실 속에서 KRU의 역할과 그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고 다짐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OUR STORIES
온라인의 동료에서, 삶을 나누는 벗으로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보낸 2박 3일 지난 5년 동안 KRU 벗들은 캐나다 곳곳에서 온라인으로 만나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함께 회의하고 행사를 준비하며 꾸준히 관계를 이어왔지만, 여러 지역에 흩어져 있던 벗들이 한자리에 모여 시간을 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위니펙에서 열린 매니토바 지역 연합교회 연례회의와 박혜림 벗의 다이아코널 목회자 위임 예배를 함께한 뒤, KRU 벗들은 첫 리트릿을 가졌습니다. 2박 3일 동안 지난 활동을 돌아보고 서로의 삶과 사역에 귀 기울이며, 앞으로 KRU가 어떤 공동체가 되어갈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화면을 통해 만나던 동료들이 같은 공간에서 밥을 먹고 웃고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를 조금 더 가까이 알아간 시간. 그 만남에 대한 두 벗의 이야기를 나눕니다.

REFLECTION
얼굴은 알았지만, 이제야 서로를 알게 된 것 같아요
5년 동안 KRU 활동을 하면서 벗님들을 많이 만나고 싶었는데, 이제야 실제로 만나게 되었네요. 우리의 첫 리트릿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5년 동안 온라인으로만 함께 일해 온 벗님들을 직접 만나 2박 3일을 함께 보낸 것이었습니다. 얼굴은 알고 있었지만, 함께 지내면서 서로에 대해 비로소 조금 더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성소수자를 위한 그룹을 함께 운영하는 소수의 멤버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 공감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지난 사역들을 돌아보며 고(故) 임보라 목사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 더욱 그런 확신이 들었습니다. 성소수자로 살아가는 것도, 앨라이로서 함께하는 것도 감정적으로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서로를 사랑하고 이해하지 못한다면 이 일을 계속해 나가는 것이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년에 토론토에서 다시 만나 Pride 행사에 함께할 생각을 하니 벌써 생기가 도는 것 같습니다. 늘 우리 벗님들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랑합니다.
REFLECTION
함께여서 더 따뜻했던 시간
Korean Rainbow United(KRU)는 위니펙에서 열린 매니토바 지역 연합교회 연례회의(Annual Meeting)와 박혜림 벗의 다이아코널 목회자 위임(Commissioning) 예배에 함께했습니다. 오랜 학업과 훈련을 마치고 새로운 사역을 시작하는 순간을 여러 사람이 함께 축복하는 모습이 참 따뜻하게 다가왔습니다. 특히 예배에서는 한인 여성 다이아코널 목회자를 위해 한국 성가와 관련 순서가 마련되었습니다.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 젊은 세대와 LGBTQ 공동체의 가족과 배우자, 오랜 벗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며 교회가 다양한 사람들을 어떻게 품을 수 있는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모임을 통해 ‘함께한다는 것’의 의미를 많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누군가가 새로운 길을 시작할 때 곁에서 축하해 주고, 그 길을 계속 걸어갈 수 있도록 응원해 주는 것. 어쩌면 공동체의 역할은 그런 데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연례회의를 마친 뒤에는 KRU의 첫 리트릿도 이어졌습니다. 함께 지내며 서로의 생각을 편하게 나누고, 앞으로 우리가 함께해 나갈 일들을 생각해 볼 수 있어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혼자 꿈꾸면 그것은 단지 꿈에 불과하지만, 함께 꿈꾸면 현실의 시작이 되고, 그 꿈을 따라 함께 행할 때 그곳에 하나님 나라가 이루어집니다.” 이번 위니펙 방문을 통해 받은 환대와 따뜻함을 기억하며, KRU도 앞으로 서로를 격려하고 함께 걸어가는 공동체가 되었으면 합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주님의 사랑을 실천하고, 서로의 손을 잡고 천천히 같은 길을 걸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OUR STORIES
각자의 도시에서, 같은 무지개 아래
Kitchener–Waterloo와 Halton에서 보내온 Pride 이야기 올해도 KRU 벗들이 지역 교회와 함께 Pride에 참여했습니다. 워털루의 축복 부스와 밀턴의 퍼레이드에서 만난 이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REFLECTION
6월 자긍심의 달, 반짝이 축복식
지난 자긍심의 달에는 지역 축제인 Tri-Pride Summerfest에 에큐메니컬 부스를 열었습니다. Kitchener–Waterloo는 전통적으로 독일계 이민자들이 정착한 곳이라 루터교의 뿌리가 깊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연합교회 네 곳(Emmanuel, First, Parkminster, Westminster)에 더해, 북미 루터교의 퀴어 긍정 사역인 ReconcilingWorks에 참여하는 루터교회 목사님들과 나란히 천막을 세웠습니다. 스톤월 항쟁 50주년이었던 2019년, 뉴욕의 신앙 단체 Parity가 시작한 “반짝이 축복식(Glitter Blessing)”도 진행했습니다. 글리터 젤로 원하는 이의 이마나 손등에 하트나 십자가를 그려 드리는 축복입니다. 오랜 세월 교회는 하나님의 이름으로 성소수자의 이마에 낙인을 찍었습니다. 이제 교회를 대표하는 이들이 같은 하나님의 이름으로, 같은 이마에 축복을 그렸습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걱정도 있었는데, 예상보다 훨씬 많은 이들이 기꺼이, 그리고 즐겁게 축복을 받으러 왔습니다. “저도 받아도 되나요?”라고 조심스럽게 묻는 이가 있었고, 친구의 손을 잡아끌고 다시 찾아오는 이도 있었습니다. 이 기쁨은 퀴어 긍정 사역에 몸담은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별한 기쁨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파이는 나눌 때에야 진짜 맛있는 파이가 되고, 축복은 누군가에게 건넬 때에야 진정한 축복이 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REFLECTION
Pride in the Park
Halton 지역의 Pride Parade와 Pride in the Park가 지난 7월 19일 Milton에서 열렸습니다. 올해는 아홉 명의 목회자가 Halton 지역의 연합교회를 대표해 함께했습니다. 비록 작은 퍼레이드였지만, 해마다 더 많은 목회자와 교회가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감사했습니다. 거리에서 우리의 행진을 응원하던 사람들 가운데 한 사람이 우리를 향해 외쳤습니다. “Church should be like that!” 얼마나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순간이었는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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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를 나누며, 환대를 분명하게
Humboldt와 Kitchener–Waterloo에서 보내온 PIE Day 이야기 3월 14일 National Affirming/PIE Day를 맞아 KRU 벗들이 섬기는 두 교회에서도 각자의 방식으로 환대의 약속을 나누었습니다. Humboldt에서는 공연과 파이 경매로 지역사회와 함께 축제를 열었고, Kitchener–Waterloo에서는 여러 세대와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한 상에 둘러앉아 파이를 나누었습니다. 두 교회에서 보낸 PIE Day 이야기를 전합니다.

캐나다 사스카츄완 험볼트에서 보내는 퀴어긍정사역 이야기
공연도, 파이도, 환대도 가득했던 PIE Day!
3월 14일, 험볼트 웨스트민스터 연합교회는 PIE Day 버라이어티 쇼를 열고, 하룻밤 동안 교회를 공연장과 카페, 그리고 댄스 플로어로 변신시켰습니다. 클래식과 재즈, 컨트리송, 소설 낭독까지 교회와 지역사회의 재능 있는 이웃들이 무대를 풍성하게 채워주었습니다. 특별 게스트인 사스카툰의 드래그 킹 Stony Mac은 멋진 공연으로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고, 마지막에는 관객들까지 함께 나와 춤을 추며 즐겼습니다. 물론 PIE Day에 진짜 파이가 빠질 수는 없겠지요! 교인들이 정성껏 기증한 다양한 파이들은 즐거운 경매의 주인공이 되었고, 참가자들은 파이와 음료를 맛보며 공연을 즐겼습니다. 이 모든 웃음과 흥겨움의 중심에는 2SLGBTQIA+ 이웃들을 공개적으로(Public), 의도적으로(Intentional), 명확하게(Explicit) 환영하고 지지하겠다는 PIE Day의 중요한 약속이 있었습니다. 우리교회는 험볼트에서 유일한 어퍼밍 교회로, 성소수자들이 자신의 일부를 숨기지 않고 온전한 모습으로 함께할 수 있는 공동체가 되고자 합니다. 함께 먹고, 웃고, 노래하고, 춤추며 우리는 “모두를 환영한다”는 말이 얼마나 기쁘고 맛있게 실천될 수 있는지를 경험했습니다.
캐나다 온타리오 키치너 - 워털루에서 보내는 퀴어 긍정 사역 이야기
3월 14일, 파이의 날
저는 온타리오주 Kitchener–Waterloo의 First United Church에서 목회하고 있습니다. 지난 상반기에는 두 가지 퀴어 긍정 사역 이벤트를 기획했습니다. 캐나다연합교회의 퀴어 긍정 사역에는 오래 다듬어 온 세 단어가 있습니다. Public, Intentional, Explicit—공개적이고, 의도적이며, 명시적인 환영입니다. “우리 교회는 모든 사람을 환영합니다”라는 아름다운 문장이 너무 자주, 아무도 알아듣지 못할 만큼 작은 목소리로 발화되기 때문입니다. 이 세 단어의 첫 글자를 모으면 PIE가 되고, 어느 유쾌한 영혼이 이런 생각을 하고 말았습니다. “PIE… 파이… 그런데 3월 14일은 원주율 π의 날이잖아?” 그리하여 3월 14일은 캐나다연합교회의 National Affirming/PIE Day가 되었습니다. 2026년 3월, 저희 교회도 파이를 구웠습니다.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여러 언어와 배경을 가진 이들이 한 상에 둘러앉아 파이를 먹었습니다. 신학적으로 말하자면 열린 성찬의 예행연습이었고, 인간적으로 말하자면 그냥 맛있었습니다. ;)
OUR STORIES
소중한 지원에 감사드립니다
Many of the activities featured in this newsletter were made possible through the generous support of the Barbara Elliott Trust Fund for Innovative Ministry and the Seeds of Hope Granting Program of The United Church of Canada Foundation.

UNTIL NEXT TIME
Our story continues.
함께해 주신 벗들, 그리고 이 편지를 읽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KRU는 앞으로도 퀴어와 앨라이가 서로의 안부를 묻고, 신앙과 일상의 이야기를 편안하게 나눌 수 있는 자리를 이어가겠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이어지고 있는 이야기와 소식도 언제든 KRU에 들려주세요. 다음 편지에서 다시 만나요. Korean Rainbow United · 캐나다연합교회 무지개연대 koreanrainbowunited@gmail.com
